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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돌아간 ‘신의 아그네스’… 배우 윤석화 별세
작성일 : 2025-12-19 20:31
글쓴이 : SVV 조회 : 535  


만인의 사랑을 받는 스타였으나 화려한 만큼 쓸쓸했다고 고백했던 사람. 무대에서 거의 모든 것을 이루고도 늘 새로운 무대에 목말랐던 천생 연극인.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의 배우 윤석화(69)씨가 19일 오전 9시 54분 뇌종양 수술 뒤 투병 중이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그는 2022년 연극 ‘햄릿’ 무대에 선 뒤 10월 영국 출장 중 쓰러졌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서울에서 세 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항암치료는 굳센 그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후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연요법 치료에 전념하기도 했으나, 3년여 투병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2023년 8월 배우 손숙의 연기 인생 60년 기념 연극 ‘토카타’에 뒷모습만 등장하는 ‘공원 벤치에 앉은 노인’ 역할로 5분쯤 출연했다. 짧은 머리 위에 모자를 눌러쓴 채 책장만 넘겼다. 부축을 받으며 커튼콜 무대에 올라 “암만 빼면 건강하다”며 활짝 웃었다. “크게 한 번 말해볼게. 언니 사랑해!” 그 말 뒤 손숙의 품에 안겨 무대를 내려갔다. 그것이 무대 위 마지막 모습이 됐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오란씨’ ‘부라보콘’ CM송의 청아한 목소리로 먼저 알려졌다. 1975년 이른 봄, 녹음을 위해 드나들던 음악군포출장샵평론가 이백천씨 스튜디오에서 그 옆방에 더부살이하던 민중극단 단원들과 마주쳤다. 당시 민중극단 대표이자 방송국 피디였던 이효영 선생이 “탤런트 해보겠느냐” 물었다. “연극 배우라면 몰라도 탤런트는 싫어요.” 그 말이 ‘씨’가 됐다. 그해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 연극 ‘꿀맛’의 주연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극작가 이근삼 선생은 “천재소녀의 등장”이라고 했다.

연극계 흥행 신화를 썼던 ‘신의 아그네스’에서 수녀 아그네스로 분장한 윤석화(사진 가운데). /조선일보DB

연극계 흥행 신화를 썼던 ‘신의 아그네스’에서 수녀 아그네스로 분장한 윤석화(사진 가운데). /조선일보DB
새벽에 일어나 전단지를 돌리고, 포스터를 붙이다 경찰서에 끌려가는 극단 막내 생활을 오래 했다. 1983년은 그가 주연한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170회 공연을 마쳤을 때 이미 관객 3만명이 몰렸다. 그를 수퍼스타이자 ‘만인의 연인’으로 만든 소극장 연극의 기적이었다.

연극이 지성의 자존심이었던 1980~90년대 연극판 한 가운데엔 늘 그가 있었다. 연극 ‘하나를 위한 이중주’(1988·이하 초연 연도), ‘목소리’(1989), ‘딸에게 보내는 편지’(1992), ‘마스터 클래스’(1998),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94), 명성황후’(1995)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배우 윤석화의 이름은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그는 “아그네스에 출연한 때부터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것 때문에 불행했다”고도 했다. “화려한 만큼 더 쓸쓸했어요. 하루는 참 잘한 것 같아서 천국이고, 다음 날은 이것 밖에 안 되나 싶어서 지옥이었죠.”

예순 나이에 오른 ‘햄릿’(2016) 무대에서 햄릿의 어린 연인 오필리아를 연기했다. 무대 위 그는 세월에 아랑곳없이 늘 청춘이었다. 그에게 연극은 “허구의 땅에 세운 진실의 성채(城砦)”였다. 그는 무대를 “틀렸다고 다시 할 수 없고, 예쁜 것만 편집해 보일 수도 없는 정직한 곳”이자 “가장 크게 숨 쉬고, 가장 깊게 숨을 수 있는 나만의 땅이고 우주”라고 불렀다.